소토골 일기

겨울의 입구

햇꿈둥지 2010. 11. 2. 08:14

 

 

 

 

 

 

하루종일 헝클어진 바람들이 추녀 끝 풍경을 걷어차며 맴 돌고 있었고

그 아래

주물럭 뚝딱 여섯개의 등을 밝혔다

대부분의 재료를 인터넽으로 구한 뒤 어쨌든 저쨌든 전기연결과 등 구성을 셀프로 해 치웠다는 것,

등을 세운 파이프 주변 마무리는 조금 더 촌스럽게 궁리해 보도록 하고...

가급적 높이를 낮추어 별빛 잡아 먹는 일을 줄이도록 했음에도 

너무 밝다

 

"마당에서 놀기가 너무 어둡다"는 아이들의 요구로 궁리하고 시작한 일 이기는 하나

즈이덜이 일년에 몇번이나 온다구...찬바람 아래서의 쉴틈 없는 일 사이 사이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다시 영하의 날씨가 될 것 이라는 예보,

몇번의 서리로 누런 잎 지어 있거니 갓과 배추와 무를 거두어 들였고

힘든 몸을 벽에 기대어 앉은채 소주 한병을 비우는 저녘상에

서리 내리기 전 한쪽 귀퉁이를 뽑아 담근 갓김치 맛이 너무 황홀해서

게으름으로 서리 속에 버려 둔 남은 갓 들이 그만 아까워 죽겠더라...

 

아무리 동동 거리며 겨울 준비를 해 봐도

언제나 그랬듯이 올 겨울 또한 불쑥 집안으로 밀고 들어 올 것,

 

추위를 이겨내기 보다는

추위를 견뎌내야 했던 산 속에서의 모든 겨울들

 

차라리

겨울님 어서 오세요

문짝에 써 붙여 놓는게 낫지 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