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속으로...
몇일 전 부터 티븨는 천둥 번개와 함께
돌풍을 동반한 비가 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어대고 있었다
천둥, 번개, 돌풍 그리고 우박이 될지도 모른다는 비...
지랄염병에 난리부르스가 되겠구만...
당연히
이틀의 휴일은 바람보다 빠른 동동걸음이 되었다
끝물의 고추와 함께 연하고 푸른 고추를 골라 간장절임을 하다가
마당가 장작간을 정리하고
여름내 함부로 버려졌던 농기구와 기계들을 정리하고
다시
지붕 위의 연통 손질을 위해 사다리를 오르내리는 동안
기어이
지붕 위가 궁금한 녀석들
폼이야 어찌되었든 푸른 고추 간장 절임보다 더한 마음 절임을 일구고 만다
중학교 2학년쯤으로 기억된다
"마당가에 대추나무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어머니 소원대로 이웃 어느집에선가 어린 대추나무를 하나 옮겨 심었었고 그 나무가 훌쩍 자란 뒤로 달콤한 대추의 기억 보다는 몸 어딘가에 종기가 났을 때 마다 그 중 실한 대추나무 가시로 상처를 치료해 주시던 어머니 모습이다
그 분 돌아 가시고
휑 하게 비어 있는 집을 찾아 뿌리 부근에서 싹을 올린 어린 나무 한그루를 이곳 치악으로 옮겨 심기는 했으나 제대로 손질을 못해 칡넝쿨에 휘어 감긴 중에도 올망졸망 달콤한 대추를 매달고 있었다
나무 아래 그물을 펴고 반은 흔들어 털고 나머지는 아예 가지를 두드려 털었다
맑은 햇살 아래 곱게 말려
내년 제사에는 그릇 넘치게 담아 올려야겠다...고 허리를 펴는 동안
주변 산이며 저 멀리 건너다 보이는 백운의 단풍들...
"꽃궤라면 + 막걸리 죽인다 캬~"의 문자를 보내신 님,
구봉대산 등산의 허언을 탓 하심인지
라면 조리의 진수를 알려 주심인지...
주말엔 기어이 동반 등반 하리라고
저무는 저녘에 술 한잔 따라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