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가을 비
햇꿈둥지
2007. 9. 24. 08:44
#.
이제 일기예보에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졌다
비...아니면
흐린 날들의 연속 이었고 추석 전 3일의 연휴 동안 세수도 면도도 하지 않은 얼굴로 자주 술을 마셨다
비는 이제
축축함의 습도로 느껴지는게 아니라 계량 할 수 없는 무게감으로 느껴진다
추녀 끝에 한참을 서성 거렸다
여전히 비가 오고
또
비가 오고...
#.
종구씨가 주고 간 추석 선물은 배추와 무우 였다
햅쌀로 송편 이라도 빚어 보라고 두어되 남짓의 쌀을 나누었다
깍두기를 만들 요량으로 썰기를 하다 보니
깍두기로는 너무 크고
속박지 크기 정도로 가늠되는 무우쪽들...
무우청 마져 썽둥 썽둥 잘라 넣어 소금을 뿌려 두었는데 생강이 없다
생강을 사러 간다고
추녀 끝에 서서 담배 한대를 피워 물고는 더 이상 갈 생각이 없어져 버렸다
비에 갇혀 버렸다는 생각이 발목에 감겨든다
#.
아이가 유럽으로 떠난 날 부터
내 안에는 두개의 시계가 돌기 시작 했다
소토골의 시간과
아이가 움직이는 곳곳의 시간들이...
걱정 보다는 잘 적응해 가는 아이
이젠 내 안에서만 아이인가?
"엄마 아빠 손에 잡혀 다닐 때는 지나고
이제 엄마 아빠를 모시고 다닐 나이..."라던 아이
쓸데없는 걱정을 했었군
여전히 비가 오니
독작의 술이나 한잔 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