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가을 비 비 비,

햇꿈둥지 2019. 9. 5. 04:02




#.

버스정류장에 구부정 앉아서

50분에 한대씩 다니는 버스 기다리는 중,


#.

좁은 자리를 비집어 앉은 중년의 아줌씨

일갈 하시기를


#.

-예수 믿으십시요

 예수님께서 우리 죄를 사하기 위해 곧 오십니다


#.

-벌써 오셨는데

 우리가 모르고 있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세상이 하두 싸가지가 읎어서 그냥 가셨거나...


#.

하루 낮

하룻 밤

비,


#.

그리고도

응원군 같은 태풍이 엄청 바쁘게 오고 있다고

티비는 벌써부터 신바람,


#.

가을비 고추 속에


#.

눈물 콧물에

재채기에 더 한 목 통증까지,


#.

고추 먹고 맴 맴은

매움 매움의 줄임말인 것을 이제야 알겠다.


#.

보기만 해도 매운데

먹기 까지 했다니,


#.

구월이 되었구나

온 세상 사람들이 나 혼자만 남겨 두고

훌쩍 떠나 버릴 것 같은 달,


#.

그래서 자꾸만

간절한 마음이 되는 달


#.

옛날처럼

오징어와 땅콩과 쐬주도 파는

사람들이 따듯한 완행열차 타고

아주 천천히

어느 낯선 마을들의 뒷길을 지나가고 싶으다.


#.

새벽 바람에 잠 깨어

몸을 뒤척이는 풍경과

풍경소리에 잠 깨어

몸을 뒤척이는 나와


#.

이 또한

연기(緣起)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