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

가을 넋두리,2

햇꿈둥지 2012. 10. 23. 06:42

 

 

 

 

 

 

#.

잠결에

아내의 손을 더듬어 잡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 사실에 화들짝 놀라 잠깬 새벽

 

가을이기 때문 이라고

그 가을 바로 등 뒤에 겨울이 붙어있기 때문 이라고

마음 속 손사래를 수 없이 쳐 봐도

어쩔 수 없이 시려드는 가슴

 

#.

왜 감자는

제 몸을 베어 조각이 난 뒤에야

주렁한 감자들을 키워 낼 수 있는건지

쪼오끔 알겠다가

여전히 모르겠다가

까무룩히 잠 속에 빠져드는 새벽

 

#.

내 몸의 가지치기 였을까?

나뭇가지 조차 함부로 자르지 말아야겠다

 

#.

아이들 여행을 떠난지 8일

그리고도 여전히 8일쯤이 더 남아 있어서

신혼여행이 아닌

신혼잠적

 

#.

새벽

별들 총총해서 투명한 추위

상강 지난 날 부터

지붕 위에 번뜩이는 은빛 서리

 

#.

장군이의 몰골이

나날이 저승 쪽으로 기울고 있다

사람의 노후와 무에 다르랴

가는 길 부디 평안 하시라...

 

#.

올해는 가을걷이 꺼리가 없다

아이 혼례를 이유로 가을 머리에 씨 뿌린게 없기 때문,

그런데도

우리는 휴일 하루종일 하고도 해넘어 늦도록 동동 거렸다

 

시골병 

 

#.

밤마다 시린 이슬이 내리고

별빛도

달빛도 창백한데

아침이면

산 가득 노을빛 현란한 색감이 번지고 있음에도

가슴은 무채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