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處暑雨

햇꿈둥지 2013. 8. 23. 05:13

 

 

 

 

 

 

#.

먼 남녁 마을로 일을 떠났던

스테파노가 돌아왔다

앞머리 윗머리 가릴 것 없이 흰머리 더욱 성성한 모습,

그도 나도 세월에 등 떠밀려 가고 있는데

낮술 한잔을 앞에 놓고 집안 걱정 아이 걱정

 

세월의 무게

또는 흰머리의 무게,

 

#.

병원 정기 진료일,

머리 나쁜 탓인지

왜 병원을 가야 하는지 조차 아예 잊어 버렸다

 

#.

도시의 점심 시간은 전쟁터 같았다

수 많은 사람들이 식당 앞에 줄지어 서 서

여전히 더운 도시의 낮시간을 꾸역꾸역 말아 먹고 있었다  

 

#. 

처서비가 내리면

'십리에 천석 감한다' 하고도

'독안에 든 쌀 조차 줄어든다' 했는데

오늘이 처서

 

흐리고

오락가락 비 오시고,

 

#.

입덧 휴가(?)를 왔던 아이가 돌아갔다

아이의 빈자리만 더 크게 확인되고

가심팍에 바람 한줄기 남아 있을 뿐,

 

#.

음력 열이레

새벽 달빛 하도 치렁해서

신새벽 부터 불면으로 뒤척임

 

#.

명징한 귀뚜라미 소리

이명처럼 밀려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