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空洞의 계절
햇꿈둥지
2008. 12. 16.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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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밖엣 일은 할 수가 없어 그러니까 이씨가 농사를 잘 지어서 우리 일거리를 만들고 품값도 주야 혀~"
"그리구 이제 내가 우리 영감을 이길 수 있어"
골패방 드나 들기로 젊은 세월 다 보내고 툭 하면 마나님을 상대로 주먹질을 해 대던 전씨 영감님이 칠순을 고비로 이제 마나님 휘하로 종속 되었다는 술 취한 칠순 할망구의 경과 보고(?) 였고 그 사이 사이 대동계로 모인 마을 사람들의 왁자한 얘기들
종속의 세월 이거니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오래토록 이기를 소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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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과 추위는 우리 모두에게 각질의 껍데기 처럼
한켜
두켜
몸과 집과 마을을 꽁 꽁 가두어서
침잠과 부동의 세월
박씨 영감님 댁 굴뚝 연기 홀로
유일한 동사가 되어 너울 거리는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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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관광 행사가 있는 날이면
버스 출발 전 부터 마을로 돌아 오기까지
한 순간도 의자에 엉덩이 붙이는 일 없이
소금 맞은 미꾸라지 처럼 들 뛰던 한솔 할아버지께서 노환으로 자리 보전하고 누우셨단다
한 세대의 침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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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동계를 기점으로
마을은 공동의 체제를 갖추어 가고 있다
집집의 반찬거리를 모아 共同의 식사를 하는동안
텅빈 집집마다 空洞이 되어 버리는 계절
봄 오거든
겨울 건너기에 힘겨웠던 마을 사람들 모두
아지랑이 처럼 거뜬히 일어 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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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열네번째 시골 나이테가 동그랗게 여물어 가는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