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春夢雜說
햇꿈둥지
2015. 4. 3. 17:15
#.
해가 뉘엿하도록 돌밭에 엎디어 있던 시어머니가
"해 떨어지도록 한 일이 겨우 요거..."라고 아쉬워 하시는 등넘어
저 먼 이국에서 시집 온 까무잡잡한 며느리는
"하루종일 이따마큼 일을 시켰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
기린 목이 되도록 목 빼어 봄을 기다렸는데
덜컥
여름이 쫓아와 멱살을 잡았다
#.
자 이제 본격적으로 봄을 맞이 하라고
밤새
소근소근 봄비 내리셨다
#.
저 아래 너른 들 꽃그늘에서
허랑방탕 놀아나던 봄이
쇠잔한 등을 두드리며 잠시 들렸다가
난봉꾼 집 나가듯 떠나버릴 봄
#.
그래도 봄이 왔다고
서툴게나마 꽃 피는 산골짜기,
#.
나비처럼
비틀걸음으로 도착한 문자 하나,
"나 환장할 것 같아"
#.
답장,
부디
그러시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