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토골 일기
攪拌
햇꿈둥지
2009. 4. 20. 11:47
무척 고민 했었지
말부랄에 털나듯 듬성듬성 이거니
무려 세 이랑이나 되는 마늘 밭은 왕성하게 싹을 틔워
봄볕 만큼 우쭐하게 자라고 있는데
문제는 요놈들
풀들 까지도 왕성하게 자랄 태세라는 것
이때 쯤이야 그까짓 순하고 여린 풀들 웃읍게 봐 넝겨두 그만이지만
요넘덜이 봄비 여러 차례에 이어
장마 뺨치는 거친 비라도 한두 차례 견디고 나면
그야말로 잡초 화려강산
마늘밭이 아니라 옹캉 푸새밭이 되어 손으로 뽑기는 도로아미타불
그리하여 가여운 마늘들은 자연산 마늘이 되어 몰골조차 비리비리 볼 품 없어진다는 것
그러나 웃읍게 보지 마시라
비록 날나리 농사꾼이지만 나도 이제는 열네해의 관록이 쌓인 몸
지금 이맘 때쯤 풀들 힘 없어 별 볼일 없을 때
밭가에 가득한 꽃 향기 속에 흥얼흥얼 콧노래 불러가며
더러는 막걸리도 두어잔쯤 때려가며
괭이로 슬 슬 이쪽 흙 끌어댕겨 저 쪽 덮어 주고
저 쪽 흙 끌어댕겨 이쪽 덮어 주고
한문으로야 고상하게 교반(攪拌)이라고 하지만
술 취한 내 표현으로는 지랄염병 이라...
풀 자랄 자리를 노다지 뒤집고 땡기고 지랄을 하니 쥐덜이 뭔 정신으로 자라겠어
그러다가
한 여름 찜쪄 먹게 햇빛 쏟아지는 날이 되면
까짓거
풀들 자라거나 말거나 짐짓 두어 버리는 거야
왜냐면
마늘 거둘 날이 금방 되고 만다니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