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遊記, 4.
[노르웨이 - 플롬 라인, 베르겐, 하당에르 피요르드, 게일로]
날짜도 요일도 다 잊어 버렸다
집 떠난지 몇일째인지 손가락 셈도 포기해 버렸다
집 떠나면 개고생 이라고 했지만 지금 상황은
때 맞추어 밥 줄 사람 없는 내 집 개들이 개고생을 하고 있을게다.
비상 식량으로 몽땅 가지고 올걸 그랬나???
오늘도 북유럽 건달짓으로는 재수 만빵,
공기는 여전히 아름답고 바람은 시원 했으며 하늘은 푸르고 뽀송했다.
다만 아쉬운건
중병 앓은 사람 보약 챙기듯 아금지게 챙겨 온 쐬주가 떨어져 가고 있다는 것,
물론,
저녁 호텔식 중에 와인을 마실 수는 있었지만 조선 술빨이 어디 폼으로 해결 되던가
하루종일 건조함으로 목말라 하던 목젖을 걷어차며 넘어가는 쐬주...그 전율 아니겠는가?
골고루도 탄다.
비행기에 갇혀(이 부분, 탔다기 보다는 갇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몸살을 앓다가
남자들 평생 소원인 배 타기로 밤을 보내고 이젠 바위산 중첩해서 우람한 산곡을 기차로 오른다
여기서
내 나라에서 오셨다는 아줌마 부대와 조우했다
무슨 무슨 상표가 달린 등산복 차림 일색,
허긴
한국 사람은 옷차림으로 알아 본다더라...
50여분을 오른 끝에 도착한 미르달 역,
산 오름 때문인지 제법 추운데 이건 우리만의 상황, 스키를 짊어진 이 나라 용사들은 반팔 차림으로도 씩씩하다
역쉬~
봐이킹의 후예,
다시
한시간쯤의 여유 시간,
산악 기차에서는 한국어 자막과 안내 방송이 나왔었다.
그만큼 한국 관광객이 많다는 결론인데 그러면 이왕의 문제로 한국인들이 머무는 호텔에
한국음식을 담당하는 주방장 정도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이 또한 이 나라 정서에 둔감한 오지랖 이겠거니...
화장실엘 들어가 보니 사진속 내용처럼 알 수 없는 낙서가 휘갈겨져 있었다
화장실 낙서문화는 세계공통인 모양
혹시
판독이 되시는 분은 살짝 갈촤도 주시길...
한국 교민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
금방이라도 쓰러질듯 기우뚱한 목조건물로 지은지 수백년이 되었다는데 건물 유지는 시에서 직접 한다고...
된장국에 고사리 나물에 김치까지...이마에 땀이 흥건 하도록 열심히 먹었다
모처럼 잇새에 고추가루 낑기게 될 듯
1인 식사 비용이 무려 4만원이란 소릴 듣고는 아연실색
북유럽의 살인적 물가는 이미 경험 했지만 이렇게 까지야...
노천 시장,
내 나라 재래시장과는 비교 할 수 없는 규모이지만 아기자기 재미있다
허긴
이 나라 정서가 조용조용 작은대로인듯하니 요란뻑쩍을 잣대삼음 또한 어리석은 일...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목조 고건물,
지붕탑을 포함한 4층의 건물이 낡고 기울었음에도 보존되어 있으며 현주 건물로 사용되고 있었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숨이 가뿐 내 나라 정서로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데
낡은 건물의 내장을 들여다 본 뒤 담배 한대를 피워 물고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했다
완전함은 본래적인 것이다...라고...
아득히 올려다 보이는 바위산을 힘겹게 오른 버스는 이 무슨 상황인지?
넓고 너른 설원의 평지를 달리기 시작했다
우리네 산세의 특징상
물 먹은 짐진 당나귀 숨을 몰아 쉬며 정상엘 오른 뒤면 모든 것이 그저 발 아래 놓이는 풍광 이어야 하는데 평지를?...
그랬다
평원의 끝이 가늠되지 않고도 눈 가득한 길을 버스는 정속 80킬로미터의 속도로 한시간여를 달렸었다
그 장대함과 광활함...
내 사는 나라안에 잠시의 장대비가 쏟아지고 난 뒤면 길바닥은 어김없이 물길이 되곤 했었지
그런데
이 높은 산 위의 눈이 녹기 시작 하면서 크고 작은 폭포수들이 함부로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지나 온 길 어디에서건 도로위의 물을 흩뿌리며 달리는 차를 볼 수 없었다
거친듯 투박한듯함 속에 꼼꼼히 갈무리 되어진 이들의 섬세함,
다시
하당에르 피요르드,
아침 식사 중에 일용할 빵 한조각을 슬그머니 챙겨 온 아내는 드뎌 신났다
갈매기 통째로 배꽁무니로 불러 모아 빵 조각 던져 주기에 신이 난 것
철딱서니 없이
바람 아랫자락에 매달려 서서 그 모습 사진 찍어 주기 바빴던 내 머리에는 빵가루 가득 얹히고...
길 가 휴게실,
볼 일의 댓가로 호되게 비싼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볼 일 본 휴게실이 무어 그리 사진감이 되겠느냐고 하시겠지만
지붕 꼭대기 나무 자라는 꼴이 희안도 하여...
하루종일을 바람처럼 휘돌아 쳐
스키의 도시 게일로에 도착했다
이 나라 여왕께서 스킨시즌마다 들르시는 호텔임을 강조하는데는 깝치지 말고 조용히 지내라는 경고가 담겨 있는듯
실내 곳곳에 장식되어 있는 고풍스런 물건들 중에는 내 나라 설피와 모양과 용도가 똑 같은 것이 있어 재미있더라
이제 조금씩 밤과 낮이 뒤바뀐 상황에 적응해 가는건지
저녁 시간이 여유로워진다.
그 여유로움은 간절한 술 생각,
물론 원샷의 쐬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