作名...그리고 추억
그때는 한문 시간이 있었다
건성이 주류를 형성하고
건달이 반장을 장악하여
하늘천 따지 가마솥에 누룽지 정도의 레크레이션 시간...
그러던 어느날,
각자의 이름을 한문으로 쓰라는 지엄하신 선생님 말씀,
삐뚤빼뚤
그야말로 상형문자의 진수를 표현해 내기에 진땀을 흘렸는데
공부는 뒷전에
쉬는 시간을 활용하여 남의 도시락 파 먹기와 왼갖 장난질을 교육의 지표로 삼아 살아가던 친구놈이 직접 쓴 종이를 번쩍 드신 선생님이 이러셨다
"이게 도대체 어느놈 한문 이름인지 알아 맞춰 봐라~"
써 있기를
"金 石0"
이노므자슥 이름은 김 석영 이었고 끝 자는 꽃영(榮) 이었는데 아무리 궁리를 해도 이노무 글자를 쓸 자신이 없던 녀석은 똥골뱅이로 "영"을 대신 표기한 것에 더 해 가운데 석자도 주석석(錫)을 돌 석으로 썼겠다
까르르 와르르~ 박장대소 까지는 흥겨웠는데
"김석영이 하고 어울려 다니는 다섯놈 다 일어나 봐라"에 이어
이게 무신 난데없고 황당 무지무지한 연좌적 폭행 이시람...
"너희도 똑 같은 놈들" 이라는 인격적 폄훼(?)와 함께 다섯대씩의 빠따를 나누고 말았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흘러
어느 날 불쑥 돌석에 똥골뱅이 석영이란 놈의 전화를 받았다
딸아이가 시집가서 아이를 낳았는데 이름을 지어 보라는 거였다
나는 그날부터 무려 3일 간
심각하고 진지하게 작업에 돌입해서 드디어 멋진 이름을 지을 수 있었다
"승희(昇喜)
기지배 이름으로야 얼마나 무난하고 멋진가...
나는 무지 무지 공치사 섞인 자랑을 늘어 놓았고 약간 술에 취한듯한 이놈도 잘 넘어 갔는데...
문제는 다음 날...
여전히 술에 취한듯한 이놈의 항의 요지는 대략 이랬다
"야 이놈아 이름이 그게 뭐냐? 걔 성이 뭔지 알어? 원씨야 원씨~ 너 따라 해 봐라
E.C.發누마 원 승희? 이게 이름이 좋아?~" 철커덕...띄 띄 띄 띄....
원 미친눔 가트니
이름이야 좋기만 하구먼...성이 나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