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國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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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뜻하는 Lanka와 신성함을 뜻 하는 Sri가 합쳐진
"찬란하게 빛나는 섬"의 나라 스리랑카,
16c 대항해 시대의 개막은
인도양 귀퉁이에 숨어 조용히 파도에 흔들리던 이 나라에는 재앙이 되어서
식민통치의 세월이 300여년 하고도 나라 안 다툼이 26년,
그 깊은 상처에도 불구하고
신밧드 소설에 등장하는 세렌디브 섬의 동굴처럼 눈 깊은 사람들은
수줍고 검은 얼굴 가득 햇살같은 미소를 담은채 살고 있었다.
나무보다 높은 집을 짓지 않고
오래된 나무와 사람의 집을 피해 꼬부랑 길을 만들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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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의 시간에 내 나라 땅을 떠나
9시간여의 비행기 몸살 끝에 신새볔 도착한 빈다라나이 공항,
인도양의 무거운 물기와 후끈한 바람이 휘감겨서
온몸 묵직하고 숨길 조차 질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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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첫걸음,
모두들 원기극성하여 하룻밤 비행기 몸살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네곰보 어시장을 찾았다.
새우와 다랑어 부터 이름 모르는 생선들이
조금 불결해 보이는 좌판에 누워 난도질 후에 흥정되는 비릿한 거리,
갈매기 대신 까마귀들이 사람에 대한 경계심 없이
좌판의 생선들을 일용할 양식으로 노리고 있다.
그 중 제법 싱싱해 보이는 새우 한봉지를 끌어 담은
이 나라에서의 첫 대면과 거래,
결국
하루 종일의 차안 굴림으로 먹지는 못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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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색한 캐터링으로 배곯았던 일행은
전세버스 운전시가인 쌈바뜨의 안내로 길거리 식당에 내려 로컬푸드와 첫 만남을 한다.
인도와 네팔보다는 덜 기름지지만
그러나 여전한 커리,
다행히도
이런 저런 싱싱한 과일들로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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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네곰보 호수였다.
폐선의 나무들을 재활용하여 무동력선을 만드는 사람들,
맹그로브 숲에서 불쑥 출몰하여 먹을 것에 손내미는 원숭이들은
이 망망한 물길을 어떻게 건넜을까?
2004년 이 나라 해안을 거칠게 할퀴었던 쓰나미의 상처는
아직도 나뒹구는 폐선들로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어 있었다.
안내인으로 보다는 바람잡이 분위기가 훨씬 짙은 비아리의 동행,
그가 이끄는대로 물 맑은 호수의 섬에 내려
손가락 만한 고둥과 조개를 잡았다.
손가락 적셔 입에 넣었보니 제법 짭짤한 물맛,
호수는 인도양과 만나는 기수대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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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세워져 있는 트럭 앞에 알수없는 장식물,
안전을 기원하는 주술물 쯤 인듯,
사이 사이 붉은 고추가 있어 재미있다.
안전 기원 보다는 아들없는 집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것 일 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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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 전설에 등장하던 캐멀럿성은
작은 섬나라의 호텔 간판이 되어 있었다.
인도양 푸른 바다가 흰 포말로 부서져 자꾸 자꾸 가슴을 두드리는 통에 기어이 신바람으로 나선 우리는
예쁜 조개 껍질처럼 깔깔 명랑한 스리랑칸 처자들과 손잡아 통하지 않는 말들로 수다스러웠다.
세시간 반의 시차는 별반 큰 느낌 없이 밤이 되었고
흐린 하늘 속에 가물거리는 이국의 별들
침몰하듯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