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하얀 휴식

햇꿈둥지 2018. 3. 8. 14:04






#.

봄빛 하도 황홀해서

아지랑이 너울너울 하고

나비조차 비틀비틀,


#.

경로당 고스톱 판에서 엿듣기를

- 웃새골 새로 지은 법당에 단청을 했다네요

- 청단을 했다구?


#.

다시

붓과 종이의 먼지를 털어

묵향에 코를 박기로 했다.


#.

새로운 사람들과 만난 자리

나 : 재 넘어 깊은 산속에 서식 합니다

다운타운 아줌마 : 전기는 들어 오나요?

나 : (살짝 장난기가 발동) 아니요

다운타운 아줌마 : 세상에 그런데서 어떻게 살아요?

나 : 뉘깔딱지에 불을 켜고 삽니다


#.

다음 시간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 자리를 바꿨다.


#.

도시인 속에 원시인 하나,


#.

날이 풀렸으므로

몸도 풀어야 한다고

대략 70㎏ 넘을 것 같은

친목회 아줌씨들이 주동되어 봄꽃놀이를 가기로 했다.


#.

처음에는

제주도(諸酒島)로 날아가

1박2일 동안 모두 108배(盃)쯤 쐬주를 때린 뒤 모두 극락왕생 하자고

원기무모 씨끌뻑쩍 하다가


그노무 소 때문에

그노무 개 때문에

그노무 멧돼지 때문에

또 또 또 뭣 때문에...


찬물에 뭣 줄듯이 피시식 쫄아들어

그냥 동해안 한바퀴로 결의 되었다.


#.

그래도 어쨌든

관광버스

너는 이제 죽었다.


#.

내리는 즉시 녹아 버리는 영상의 날씨에

죽기로 눈이 내렸으므로

봄빛 담아 푸르리라던 산과 들과 나무들은

잠시 하얗게 쉬어 가기로 했다.


#.

어린 산비둘기가

꾸룩 꾸룩 쉰목소리로 울고 있는데

산골짜기 삼월 하고도 여드렛날엔

여전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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