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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어쩌다 증조,

햇꿈둥지 2022. 11. 15. 05:35

 

#.

손 윗 동서의 큰 아이가 대학을 다니던 중 결혼했고

다시,

그 아이의 아이가 대학 졸업 전 장가를 가서는

지난주에 아이를 낳았으므로

어쩌다  증조가 되는 왕뻘쭘 상황이 빚어졌다.

#.

그러나 나는 좀 괜찮다.

결혼 늦게 한 막내 처제의 아이들은

시집 장가도 안 간 새파란 청춘들이

어느날 문득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으므로,

#.

백두가

집에서 나와 낙엽 수북한 곳으로 잠자리를 옮겼다.

낭만 좀 아는 똥개,

#. 

늦가을 인색한 햇볕에 몸을 뒤척이던 마지막 고추는

결국 건조기로 들어갔다.

진작 이럴 것이지... 의 잔소리를 빠뜨리지 않는

아내의 내공,

#.

김장을 했고

김장 뒤의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일들을 정리했고

했고 하고 또 하였으므로

이제 약 취한 바퀴벌레처럼 발라당 드러누워 쉴 수 있어야 마땅한 일인데

도대체 발등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 일들,

#.

이래서

시골살이가 만만치 않은 것이다.

#.

결국

이런저런 일들이 제법 정리됐다 싶을 때쯤

덜커덕

유치원 발 감기가 붙었다.

#. 

감기란 것이

병원 가면 일주일

그냥 버티면 7일쯤 앓게 되는 것 임을 알면서도

아내에게 등 떠밀려 기어이 병원 행,

#.

하루 놀면

하루 쉬어야 하는 저질의 체력이라서

몸 어디든 탈이 나면 이제 구체적으로 아프다.

#.

감기 강조 기간인지

두 시간 넘어 기다려서 겨우 진료

바비 인형 같은 창구 아가씨가 묻기를

-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병원에 도착했을 땐 6♠세 였다우~

#.

아침 상에

김장 김치가 올라왔다.

#.

그 맛,

내년에 또 김장 하구 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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