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 박제,

햇꿈둥지 2022. 10. 26. 17:42

 

#.

연일 서리의 강습,

시들어 가는 꽃송이를 화병에 담아 식탁에 놓아두는 일로

내 기억의 갈피에

또 한 번의 가을이 있었음을 나이테로 둘러둔다.

#.

가만히 생각해보니

백수가 무었 때문에 어두운 새벽 길에 운동을 나서야 하나?

추운 날의 새벽 운동

이거 상당히 신경 써야 되는 일이다.

말하자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중무장을 한 뒤에야 집 나서기가 가능하다는 것,

어둡기는 또 어떻고,

#.

하여 

점심 전 시간으로 바꿨더니만

햇볕은 따사롭지요

산길은 상쾌 하지요

보이는 사방이 알록달록 단풍빛이지요

#.

이 버릇 하나 고치는데

근 30년,

#.

급행열차가 거만하게 지나가던 

산골의 철길이 폐선된 뒤

시골마을 곳곳의 허공이 열리고 있으니

실개천과 어울어진 또 다른 개천(開天)이다

#.

통행 제한 높이 ♣.♠m의 철교는

산골 허공의 제한 높이였었다.

#.

그렇게 열린 허공에

셀로판지 같은 햇살의 윤슬과

알록달록 나뭇잎들이

만국기 처럼 나부끼는 시월의 끝날들,

#.

작은 산새들이

나뭇잎처럼 우르르 흩어지거나

나뭇잎들이

작은 산새들처럼 우수수 날아 내리는 

산골짜기

한 낮,

#.

단풍빛에 몽롱했던 눈길을 거두어

주섬주섬 마련한 점심 상,

#.

나처럼 분명히

일 없이 빈둥거리고 계실 뒷 산 신령님 꼬드겨서

낮 술이나 한잔 때려 볼까?

#.

酒 거니

飯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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