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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서리의 강습,
시들어 가는 꽃송이를 화병에 담아 식탁에 놓아두는 일로
내 기억의 갈피에
또 한 번의 가을이 있었음을 나이테로 둘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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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니
백수가 무었 때문에 어두운 새벽 길에 운동을 나서야 하나?
추운 날의 새벽 운동
이거 상당히 신경 써야 되는 일이다.
말하자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중무장을 한 뒤에야 집 나서기가 가능하다는 것,
어둡기는 또 어떻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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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점심 전 시간으로 바꿨더니만
햇볕은 따사롭지요
산길은 상쾌 하지요
보이는 사방이 알록달록 단풍빛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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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릇 하나 고치는데
근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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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행열차가 거만하게 지나가던
산골의 철길이 폐선된 뒤
시골마을 곳곳의 허공이 열리고 있으니
실개천과 어울어진 또 다른 개천(開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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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 제한 높이 ♣.♠m의 철교는
산골 허공의 제한 높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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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열린 허공에
셀로판지 같은 햇살의 윤슬과
알록달록 나뭇잎들이
만국기 처럼 나부끼는 시월의 끝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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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산새들이
나뭇잎처럼 우르르 흩어지거나
나뭇잎들이
작은 산새들처럼 우수수 날아 내리는
산골짜기
한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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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빛에 몽롱했던 눈길을 거두어
주섬주섬 마련한 점심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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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분명히
일 없이 빈둥거리고 계실 뒷 산 신령님 꼬드겨서
낮 술이나 한잔 때려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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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 거니
飯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