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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쯤의 시간 동안
여섯 권의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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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쓰기 시작한 운곡의 시구에
남은 것 이라곤
거문고 하나 책 세 권의 곤궁 뿐이라고 했는데
여섯 권 이라니...
산 중 사치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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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위해서 보다는
겨울 끝자락의 무료를 떨쳐 내기 위해
몸부림을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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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되기 전에
아지랑이 보다 조바심이 먼저 일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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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커다란 운동장에 나가
자전거 타고 달리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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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깨비처럼 가벼운 아이들 뒤에서
낡은 관절들이 고통스러우니
그저 멀어지는 아이들을 바라만 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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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중 가장 달 밝은 날,
오곡밥에 나물도
부럼도
짐짓 잊어버린 채
묵묵히 어제처럼 지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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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일러 주신 일들 조차
이제 적당히 지쳐서
나이 때문 이라고 변명을 해도 용서 될 수 있을 것 같은
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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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로 기름져야 할 저녁 밥상이
과일 한 조각
떡 한 쪽으로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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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란하고 시끄러운 세상 소식에 귀 기울일 일 없으니
굳이
새벽 술 한잔으로 귀를 밝힐 일도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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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렁한 달빛에
혹여
새벽잠을 설칠까 걱정하여
초저녁에 커튼을 쳐 두었는데
아침잠 털어 낸 뜨락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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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 구름 속 달빛의 아쉬움들이
사뿐사뿐
눈으로 흩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