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서울 잠입,

햇꿈둥지 2023. 2. 28. 06:12

 

#. 
감기 곁에 붙어있던
이런저런 증세들이 어지간하길래

#.
철 지난 책 몇 권을 구 하고자 헌 책방 많은
서울에 잠입했다.

#.
미로같은 도시의 내장을 헤매고 헤매다가
히잡을 쓴 이국의 여인네와 세번을 마주쳤다.

#.
너도 맴돌고
나도 맴돌고,

#.
하여
촌놈의 머쓱함도 털어버릴 겸
경칩 맞은 개구리 처럼 땅 위로 올라섰다.

#.
스무해 넘도록 짱박아 살던
내 나라 산꼬댕이는
이제
이국 이거나
외계에 속 하는 것 같다.

#.
청계천 옆에서 호시절을 구가하던 헌책방들은
손 꼽아 셀 수 있을 정도로 쇠락해서
쌓인 책들 만큼이나 늙어버린 주인의 표현으로는
독한 것들 몇 만 남았다고 했다.

#.
천변을 어슬렁 걸어
동묘 시장 둘러보기,

#.
어느 귀신 붙은건지
백동 문진 두 개와
바즈라 하나를 가방에 담았다.

#. 
물건 파는 초로의 여인네와 질긴 실랑이 끝에 
돈을 건네주고 일어서는 참인데
천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며 하는 소리,

#.
"쩌어그 돌아가면 잔막걸리가 시원하요
해장 한잔 하구가쇼 잉~"

#. 
징그럽게 사람 많은 서울에서
덤으로 얻은 사람 맛이
막걸리 한잔보다 더 시원하니
잔돈 푼의 바가지 쯤이야 다아~ 덮어 두고

#.
이 우라질 노무 서울
다음에 또 오구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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