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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실 정리
일상 정리
백수의 날들이
조금 더 헐렁해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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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비워진 시간에
엉금엉금 고추를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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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땀 흘려
열 넘어 나눔이 되는
부등가적 시골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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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한 아이가 도시에 살 때
그 아파트 안에서 가끔
이고 진 시골 노인을 보면서
나는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었는데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되어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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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오전에
시골 버스에 듬성하게 앉아 병원을 찾아가는 노인들을 보며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했지만
어느 날 문득
그렇게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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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마을 길에
이제 막 손주를 본 누구 아버지가
백일 지난 아이를 등에 업고 느릿느릿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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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못하는 어느 지난날
우리들 아버지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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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린 하늘이
여전히 비 뿌리는 새볔,
잠에서 깨어나 작은 창문을 여니
등 푸른 산이 성큼 들어서고도
똘 똘 똘 똘~
환청 같은 풀벌레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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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가을 되기 전에
환장하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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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창문에도
헐렁한 가심팍에도
못 질을 해 버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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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을 음모하는 시골 아이처럼
서울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한다
인사동을 배회하고
황학동을 기웃거리고
그러다가 인연 닿는 꼬물딱지를 만나면은
손 잡아 산속에 들기를 청 하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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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속에
책을 보다가
글을 쓰다가
기타를 치다가
어지렁 건성으로 마당가의 풀을 뽑다가
아무렇게나 옹크려 낮 잠에 빠지기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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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둘기 한 마리 쉰 목소리로 우는
산골짜기
백수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