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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문자인 반장 마누라가
머리털 쥐어 뜯어 날렸는지
또로록 문자가 날아 들어왔다.
"내일 마을 철녑이 있으니 양은냄비 옆에 차고
신발 있는 사람 모두 00시 까지 마을회관으로 모이시라..."고,
그러나
가뭄으로 나날이 쫄아드는 실개천에
겨우 겨우 하루 하루를 불안으로 연명해 가는
어리고 순한 물괴기덜을
몽땅 잡아 낋여 먹어야 한단 말인가?
하여 불참하고
죄없는 비린것들의 매운탕 대신
메루치 맹물 그릇에 방생하여 밥 말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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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써
매운탕 기우제 약빨인지
후두둑 후두둑 비 오시니
목 말라 옹크렸던 옥수수들
우두둑 우두둑 관절 펴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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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들 조차 빗방울 맞아
파르라니 초록 날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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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민들레 몇개 나기 시작 했었다
예쁘다고 했었지,
그 다음엔 쑥이 나기 시작 했었다.
연한 잎 뜯어서 쑥개떡 해 먹으면 좋겠고,
그리고 토끼풀,
콧노래 불러가며 네잎 클로버를 찾거나
아내에게 꽃반지 하나 엮어 주리라...했는데
어느 햇살 맑은 아침
마당에 내려서 보니
어즈버 잔디는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한때
땡볕에 머리 뽂아가며 왼갖 정성으로 가꾸던 잔디밭 이었노라는
기념비 하나 세워 두고
월남 정글에 퍼붓던 고엽제나 쌔리 퍼 부어달라고
스키부대 월남 참전 용사였던
동네 늙은 형 한테 부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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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착하게 푸르던 유월의 서른날들은 휑하니 비워지고
그 자리
옹근 치열로 옥수수가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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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찰옥시기
노오랗게 삶아서
휴가철 도시를 탈출한 죄없는 영혼들의 틀니라도 낚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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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비
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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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어서 옥수구 배배 돌아간다고
신새볔 부터 밭고랑 한숨을 짓던 한솔 할아버지
짚벼개 돋아 고이시고 단잠에 드셨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