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농사 준비

햇꿈둥지 2008. 3. 29. 07:28

 

 

#.

마을 밭에 거름이 뿌려지고

깊은 겨울 잠에 빠져 있던 농기계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갈색의 흙을 갈아 엎고 있었다

드디어

겨울이 끝난 것 같다

 

#.

간장이 떨어졌다고

종구씨 부부가 들이 닥쳤다

간장은 구실이고

소찬박주의 술상 하나 놓고

저 우에 밭에는 무얼 심고 비닐하우스는 어찌 어찌 하고 아랫 밭에는 무얼 싱구고...

 

아직도 겨울을 떨쳐 내지 못한 푸석한 땅에서

배추와 무우와 고추와 야콘들이 쏟아져 나오는 술상머리,

 

술과 안주나 심지...

 

#.

도대체 이노무 기계 이름은

스스로 관리를 잘 받아야 함으로 이름 지어진 것이 분명하다

지난 해 겨우

밭 두어 이랑쯤을 갈다가 까무러친 이 후로

가을 지나 겨울 지났으니 아무리 용을 써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해 봐도 묵묵부답...

 

겨우 겨우

이곳 저곳을 손질해서 심장 펄떡 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니

조립은 무어 이리 복잡한지

한 여름 버금가게 땀을 쏟은 뒤에야 관리기로의 기능을 회복한 이놈,

쎌푸로 조립을 했다는 만족감쯤으로

밭갈기야 되든 말든

 

좋다...

 

#.

한솔이네 밭은 이미 곱게도 갈아진 뒤 비닐이 씌워졌고

저 아래 이씨 영감님 댁은 벌써 감자를 심었고

마을 가운데 박씨 영감님네 황소는 비탈 밭을 갈고 있고

이장은 마늘 밭을 손질하고 있고

이장 마누라는 굵은 팔뚝을 걷어 부친 채 거름을 나르고 있고

새들은 이곳 저곳 택지 선정에 분주하고

하늘은 맘껏 봄빛인데

 

저녁 식탁에서의 마누라 채근,

 

"속리산 어디어디에 폼 나는 곳 있다 하니 우리 언제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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