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백수월령가

햇꿈둥지 2020. 12. 19. 06:40

 

 

#.

며칠

호되게 추웠다.

 

#.

함실아궁이 구들방은

하루 한번 불 들임으로 하루를 넉넉히 견디더니만

자고 일어나면 방바닥 가득 냉기가 흥건했으므로

아침 저녁으로 군불을 넣어야 했다

 

#.

어떻게든

얼어 죽지 않고

겨울 건너기,

 

#.

굴뚝 가득

우윳빛 청솔가지 연기를 봉화처럼 올려

살아 있음의 안부를 마을 곡곡에 알린다.

 

#.

이런 중에 팁으로

새벽 눈이 오셨다.

송풍기로 불어 낸 눈은

다시 바람을 타고 온 몸을 뒤덮어서

눈 치우기를 끝 낼 쯤에는

눈사람 한 마리가 되어 있었다.

 

#.

아내가 출타한

산 속 홀로의 시간,

종이 펴고 먹 갈아 글 한 줄 쓰려고 준비 중인데

불쑥 올라 선 이장이 건네준 달력에는

1월 추운 날들 조차

이걸 해야한다.

저걸 하도록 해라.

 

#.

정작

이걸 당해야 하고

저걸 당해야 하는 언 땅은

눈 속에 쿨 쿨~

 

#.

본디

하는 일들이 두서 없거니와

책 읽기 또한 그 모양이라

이 책 저 책을 뒤섞어

되는대로 읽기,

 

#.

짬뽕은 몸에도 안 좋을 뿐더러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음을

범애의 자세로 임상시험 중,

 

#.

이틀쯤 뒤의 달력 속에

빼꼼,

동지가 들어앉아 있다.

 

#.

겨울의 바닥,

여전히 춥겠지만

낮의 길이는 하루에 쌀 한 톨 길이 만큼씩 길어지고

겨울은 또 그 만큼의 길이로 떠날 것이다.

 

#.

이를 기념하여

김나는 팥죽 한 그릇 받아 들고

음치의 목소리로 나마

산골 겨울의 짧은 하루를 노래해야겠다.

 

#.

어긔야 어강도리

아으 다롱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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