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가을은 시름없고

햇꿈둥지 2012. 10. 28. 08:36

 

 

 

 

 

#.

비 오시는 새벽

가을은 시름 없어서

앞산 임도라도 걸어볼까의 계획은 말짱 황이 되었다

 

#.

꿩 대신 닭으로 택한 것은 아내의 요구대로

빗속 이거니 청령포를 둘러 보자 였는데

허위허위 당도한 청령포 나루에는 빈배 홀로 청량한 물결에 흔들리고 있을뿐

사공은 미몽의 새벽잠에 혼곤하신가?

위리안치 되었던 단종의 푸른 한숨만 바람결로 듣는다

 

#.

이럴때는

우리조차 바람이 되어야 하는 것,

무작정 동쪽을 향해 떠난다

 

#.

동해바다 너른 물속이거나 거친 파도 위를

지느러미 꽂꽂하게 넘나들던 등푸른 생명들이

묵호항 좁은 어항 속에 갇혀 사람의 지폐로 흥정된 뒤

눈 맑은 바다 한조각 파도소리 아래 눕다

 

#.

정선장 이라고 해서

백복령 넘어 지나치는 길 잠시 들렸더니만

좁은 시골 길거리 가득 버스, 버스, 버스들...

그리고 거미낭을 빠져 나온 새끼 거미들 같은 사람의 북적임

 

#.

애초에는 그랬다

어디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에 앉아 낙낙한 마음으로 라면 이라도 끓여 먹을진저...

그리하여 준비했던

라면과

물과

이런 저런 양념들은 배낭 속에 묶어 놓고

기어이 평창장 좌판에 주저 앉은채 메밀부침개 몇장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했다

 

#.

바람처럼 가볍게 떨어져 나무의 발등을 소복하게 덮을뿐인 낙엽들

추녀끝을 감아도는 난장의 바람결에

청하지 않은 겨울 소식을 들으며 낮잠 혼곤했던 휴일

 

 

'풍경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如是我聞  (0) 2012.11.09
무채(無彩) 계절  (0) 2012.11.03
가을 넋두리,2  (0) 2012.10.23
단풍보다 더 화려 하시길  (0) 2012.10.22
그 후,1  (0) 2012.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