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3일째 아침,
간단한 호텔 제공 조식을 마치고 뭄바이 북쪽 변두리 간디 공원(Sanjay Gandhi National park) 석굴을 향해 출발,
수도승들이 몬순의 비를 피해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B.C1c부터 A.D 5~6c까지의 시기에 형성된 109개의 석굴로
1번부터 4번 까지의 석굴은 불상과 수트파 등 정교한 조각이 되어 있음에 비해
나머지 석굴은 수도승들의 리빙 룸 형태로 만들어진 것
각각의 석굴에는 빗물을 모아 용수로 사용 할 수 있는 물탱크를 가지고 있으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 유적지 안에서 아낙네 하나 여유있게 빨래를 하고 계시더라
수트파는 BC 1c전 불상이 나타나기 이전의 형태로 전체적인 구조가 석굴암과 유사한 형태,
109개 석굴을 돌다 돌다 지쳐서는 유적지 경비를 하고 있는 양반들, 몽땅 콧셤을 매달고 있으니 총각인지 아저씨인지 구별은 되지 않는다만 지친 다리도 쉬어갈겸 어울려 앉아 사진도 찍고 농담도 하고,
너무 많은 석굴을 돌다 지쳐 혼자 중얼거리기를
역시 석굴 보다는 생굴이 좋은 것이여...
사진 속 수트파 뒷편 불상의 선들이 요염하리만치 에로틱하다는 느낌,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어쩌면 신화의 신상을 조각하던 이와 불상을 조각하던 이들은 분야를 나누어 따로 따로의 작업을 했던 것이 아니라
이것과 저것을 온통 싸잡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 뭄바이 공항에 도착하여 아우랑가바드를 향해 40분쯤의 비행,
건기이기 때문이겠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인도의 산하는 논밭이 반듯반듯 정리된 것에 비해 갈색으로 척박해 보였다
그리고 아우랑가바드 시내,
여전히 차량의 경적소리와 차선 무시의 곡예운전으로 88청룡열차 탄 기분
현지가이드 없는 건달 여행,
혹시라도 하는 마음에 국제면허증을 들고는 나왔지만 이 길바닥에서 운전을 한다는 건 언감생심 손도 못내밀 일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와는 반대의 자리에 있는 운전대
차안에서 깜박 노루잠이 들었다가 살짝 눈을 떴을때, 역주행을 하고 있나? 하여 놀라기도 했었으니...
아우랑가바드시 외곽을 지나는 동안 드문 드문 보이는 남루한 텐트촌은
가족 단위의 정주형 노숙자들인가?
호텔 경비원이 알려 준 쇼핑몰은 사람 구경외에 딱히 사고 싶은 물건이 없었다
술이나 몇병 사 보리라고 릭샤를 탔더니만 골목 골목을 왔다갔다 돌고 돌아 다섯배쯤의 바가지 요금을 챙겨 가지고는 어둠속으로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허긴 뭐 우리야 그런줄 알았으니...
좁은 술 가게 앞에 동네 술꾼들은 다 보인듯 왁자하다
그 중 취기 낭자한 콧수염 친구 하나,
남의 마누라를 향해 거듭 엄지를 치켜 세우더니 "일행이냐?" 고 묻길래
"그거 내꺼다" 했더니만 "네 마누라 예쁘다고 해줬으니 20루피만 달라"고 하더라. 우라질~
도대체 어찌된 노릇인지 이 나라는 물건을 사든 릭샤를 타든 미리 미리 흥정을 해야 했고
그 흥정은 충분 이상의 비교와 버티기의 시간을 필요로 했으니 적정 가격에 사든 바가지 뒷통수를 맞든
늘 피곤이라는 사은품이 준비되어 있었다
그렇게 술을 사고도 기어이 이 나라의 술 취한 밤 문화를 체험 하고자 찾은 지하 음식점,
지하 가득한 담배 연기속에 음울하게 앉아 있는 취객들과
여자, 더구나 이국의 여성들에게 생길 수 있는 성적인 사건을 걱정한 지배인과 한참의 옥신각신 끝에 겨우 구석방 하나를 얻었다
무슨 용도인지
1층 입구에 자욱하게 피워지던 향과 지하의 담배연기와 술 냄새와
검고 눈 깊은 이들의 흔들리는 시선들 속에 어리버리한 여행자의 아우랑가바드 첫날이 침몰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