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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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예감,

#. 정우 정환이와 하룻밤 잠자리 가장 따듯한 생일 선물이었다. #. 여전히 하도 더워서 아무도 오지 말기 아무것도 받기 싫기 그래도 또 축하 한다고 카톡, 아프지 말라고 카톡 여기저기서 카톡 카톡, #. 과연 스마트 세상 이로고, #. 더위를 핑계하여 거르고 거르던 아침 운동길 #. 나뭇잎 새는 조금 헐렁하고 발악 같은 매미 소리들로 문득 가을 예감, #. 나무 아래로 뛰어내린 칡꽃 향기가 달보드레 하다. #. 일곱 권의 책을 열세 번쯤 읽다가 기어이 여섯 권을 다시 사 들였다. #. 새벽 세시에 일어나 책과 글에 빠져 있다 보면 손수건 만한 창문으로 햇 밝음이 물감처럼 번져 들었다. #. 그리하고도 여전히 알듯도 하다가 다시 모를 듯도 한 이노무 주역, #. 길었던 장마가 있었고 태풍이 있었고 잠깐씩..

풍경소리 2023.08.15

입추와 처서 사이,

#. 고추가 맘 놓고 붉었으므로 #. 넋 놓고 고추 따기, #. 사은품으로 비짓 땀 한 동이, #. 태양초는 이제 언감생심, 건조기 반, 뙤약볕 반, #. 하이브리드 짬뽕 태양초가 될 것이다. #. 재 너머 장날 넉넉한 근으로 고추를 팔아 늙은 마담이 창 가 쪽볕 아래 졸고 있는 시골 다방에 들러 도라지 위스키 백만 잔쯤 때려야겠다. #. 일주일 시간 동안 아이들이 난장을 치고 떠난 자리에 쏟아져 있던 감기 1인분, #. 인후부 통증으로 날이 갈수록 예리해지더니 기어이 염증이 되어 항생제 한 사발에 항히스타민제 두 사발, #. 병을 낫게 하는 게 아니라 몸을 항생제 장아찌로 만드는 거다. #. 먼 남쪽 바다에서 지르박에 부르스 스텝으로 맴돌기를 하던 태풍이 기어이 이 나라 전체를 감싸 안을 넉넉한 품으로..

풍경소리 2023.08.10

여름 건너記,

#. 예겸이 가족이 엄마의 휴가에 맞춰 일주일 시골살이를 시작했다. #. 아이들의 소동과 일상의 소요를 늘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그저 끌어 안기, #. 데크 위 그늘 막 설치를 위해 끈 묶을 나뭇가지를 헤치던 중 우르르 덤벼 든 벌떼, 대번 손 등이 얼큰하다. #. 이 또한 내 겪음이니 다행, #. 소나기 내리기 전 바람은 에어컨 바람보다 시원했으므로 가만히 나뭇 그늘에 앉아 바람 섞인 비에 몸 적시기, #. 그리하여 어떻게든 여름 건너기, #. 결혼 후 처음 손수 운전으로 내려온 며느리의 주변을 한 바퀴 둘러 막국수를 먹겠다는 야심 찬 계획에 멱살 잡혀 생 내비게이션이 되어야 했다. #. 잠시 눈을 감으면 88 청룡 열차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 하필이면 구비 많은 영월길을 돌고 돌아 휴가로 집..

소토골 일기 2023.08.06

8월의 바람,

#. 옥수수를 모두 베었다. 한 겹의 여름을 벗겨낸 것, #. 1. 고랑에 잡초억제용 비닐막을 깔지 않았고 2. 옥수수 곁에 들깨를 심었고 3. 옥수수 거둔 후 빈대궁을 삼등분으로 잘라 고랑에 깔았고, #. 날라리 농사꾼의 내공이다. #. 다시 포트에 김장용 배추 씨앗을 넣어야 하느니... #. 떨어진 나뭇잎 속에 봄과 여름과 가을이 뒤엉켜 있었다. #. 앞 마을 아우가 덜커덕 고장이 났다. #. 일주일에 8일, 2월 달력에 조차 31일까지 채워 넣은 뒤 쉴 새 없이 깰 새 없이 술을 마셨으므로 신장이 탈이 나서 의사는 술과 담배를 모두 끊든지 아니면 치료를 끊든지 결정하라고 말 했다는 것이다. #. 나는 거기에 더 해 성당을 끊으라고 권유했다. #. 성당내 이런저런 일로 사람의 모임이 번잡하다 보니 주..

소토골 일기 2023.08.01

뜨락에 신발 넘치나이다.

#. 긴 장마로 호미는 녹슬고 심긴 작물들은 더북한 풀 속에 유기되었다. #. 비 속에 책 몇 권을 들고 올라선 택배 총각에게 시원한 음료 하나를 건네는 일로 마음속 미안함을 덜어낸다. #. 장마 틈새 잠자리 날고 하늘과 땅 사이 잠시 공간이 열렸다 #. 집 주변 밭 주변 더북한 풀을 베려고 예초기 가동, 기계조차 주인 따라 늙어 버려서 힘 안 써도 될 때는 왕왕 돌아가고 힘써야 될 때는 멈춰 버리는 증세 #. 수시로 고쳐야 하는 고행적 노고를 벗기로 하여 새 예초기로 바꾼 뒤 쓰던 예초기를 중고로 사겠다는 이가 있어 전화했더니만 제법 먼 길을 찾아왔다길래 받은 돈 한쪽을 뚝 떼어 기름값 이라고 건네줬다. #. 주말에 몰려온 아이들, 정우 가족과 예겸이 가족과 쌍둥이 가족과, #. 내 뜰에 신발 넘치나이..

소토골 일기 2023.07.27

그렇게 여름,

#. 성냥갑 만한 제습기 한대 연일 산골 누옥을 쥐어짜는 중, #. 호우가 위험하니 역류가 예상되니 산사태와 축대 붕괴가 우려되니 등 등, #. 비로 인한 온갖 걱정과 근심을 버무려 담은 손 전화기 속의 구까적 문짜 폭탄, #. 문짜청을 하나 만들면 어떨까? #. 사방에 물이 넘쳐나고 잠자리에 누우면 비가 오든 안 오든 빗소리의 환청, #. 낮은 자리의 급수 펌프가 작동을 멈췄다. 연일의 비로 온갖 눅눅을 견디며 고군분투 중이더니 그예 절명하셨으므로 #. 비와 물속의 갈증, #. 장마는 집 안과 밖으로 다양한 백수의 일거리들을 만들어 놓았다. #. 연일 비가 내리고 비 속에서도 온 우주의 힘으로 꽃을 피우고 햇빛이 아닌 물로 옥수수가 영글고, #. 도시의 식구들은 그 옥수수를 탐하고 #. 우주는 단순 명..

소토골 일기 2023.07.20

고양이 인연,

#. 장마라는 이름은 이제 전설이 되어서 집중 호우 지역적 폭우에 더 해 극한 폭우라는 다분히 위협적인 언론 중심의 날 선 표현들, #. 많은 비, 정도로도 충분히 질척하다. #. 오늘도 내일도 또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여 #. 하늘에선 빗방울이 전화 속에는 문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퍼부어지고 있었다. #. 여러 날 지나도록 노을을 보지 못했으나 꽃들은 노을빛으로 화창하다. #. 곧 옥수수를 벨 것이므로 옥수수 아래에 들깨를 심었다. #. 날라리 농사거니 시골살이 여러 해 동안의 내공인 셈이다. #. 심은 자리에 관계없이 어쨌든 깨 쏟아질 것이다. #. 저 앞, 보이는 곳까지만 심으면 끝이 날듯 할 무렵 무거웠던 하늘은 기어이 비를 쏟아냈으나 #. 땀에 젖으나 비에 젖으나... #. 제법 낭만스러운 낙망..

풍경소리 2023.07.15

어슬렁 골목길

#. 해마가 있고 고래보다 더 큰 거북이가 있고 게도 있는 용궁의 입구 정환이가 그린 여름 바닷속이었다. #. 방학하면 길게 또는 자주 할머니 집에 있겠다는 원대한 포부? #. 길게 또는 자주 떡실신할 일만 남았다. #. 여기에 더 해 우리도 곧 방학을 한다는 쌍둥이들 전화, #. 나는 개학 이로다, #. 유난히 골목을 좋아한다 일부러 가장 복잡한 도시의 골목을 찾아 배낭 속에 물과 간식을 넣고는 두리번 어슬렁 걷기를 한다. #. 오로지 걸어야 하는 길 #. 불빛 화려하고 사람 복잡한 거리의 이면에 엉킨 실타래처럼 시작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도시 이전의 길, #. 길보다는 선이 맞다. #. 사실은 도시의 큰 거리가 저토록 화려하기까지 보이지 않는 온갖 것을 만들어 내고 간직해 온 곤비한 삶의 내장이다...

풍경소리 2023.07.12

복합 손님의 계절,

#. 몇 번의 비로 산속 계곡물들은 명랑하고 찰랑하다. #. 때때로 햇볕 아래의 매미소리들, #. 한입 베어 문 자두에서 붉은 태양맛이 흘렀다. #. 눈 닿는 어디든 초록 무성한 칠월, #. 산 그늘에 숨어 나리꽃이 피고 #. 흑백의 기억 속 먼지 나는 신작로를 걷다가 걷다가 바위 위에 걸터앉아 먹던 붉은 산딸기, #. 고양이 식구들이 우르르 늘어난 후 뜻 하지 않은 횡액들, #. 제발 뱀 잡아 들고 자랑질 좀 하지 말았으면, #. 7월 하늘의 높이는 옥수수의 높이와 같다. 우쭐 키 세워 더운 햇볕들로 알알이 익어가고 있음으로 방학이라고 옥수수가 먹고 싶다고 하여 #. 때 맞춘 날들을 손꼽아 아이들이 아이들의 친구들이 더러는 아이들의 친구들의 엄마들 까지 #. 복합 손님이 되어 몰려오겠다는 기별들, #...

소토골 일기 2023.07.06

징검 장마,

#. 장대비 속에 동그랗게 구부린 모습이거니 백두는 염화시중의 미소로 졸고 있고 #. 징검징검 비가 내리고 오락가락 햇볕 나는 날들, #. 감기 같기도 하고 몸살 같기도 한 고뿔이 시작되었다. #. 삭신의 통증과 신열과 콧물이 생략된 감기증세, #. 코로나였다. 마스크가 해제된 뒤의 느지막한 만남, #. 잠결에 창밖을 보면 초록 장대비가 쏟아지는 앓기에 딱 좋은 날들, #. 부부가 모처럼 일심하여 한 삼일 지극정성으로 앓고 있는 중, #. 옥수수 장하게 자라 아이 업은 모습으로 우뚝하고 감자는 비 속에 주저앉아 버렸는데 여전히 비 오시는 유월의 마지막 날, #. 칠월 맞이로 준비할 것이 우산 밖에 없는 단순하고 질척한 만남, #. 평생의 시간을 남 돕는 일로 탕진한 늙은 친구가 이자가 엄꼬 담보도 엄꼬 ..

카테고리 없음 2023.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