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아기새 꽃,

햇꿈둥지 2023. 5. 15. 06:47

 

#.
소곤소곤
밤 새 내리고도 봄비가 되지 않는 비가 내리고
나는 
그 고요함 속에서 잠 깨어 일어나는
황홀의 계절을 건넜다.

#.
그런데도 여전히 봄 병인가?
아침잠에서 깨어나고도
다시 졸린 증상,

#.
마을 꼬부라진 사람들이 모여
빨강
하양
분홍
그리고 노랑
각각 색색의 꽃을 심었다.

#.
삭막한 가심팍에
무지갯빛 바람이 불 것이다.

#.
들락과 날락으로 며칠을 바쁘더니
여덟 개의 알을
여덟 심장으로 바꿔 놓은 어미새의 마술,

#.
하늘 우러러 입 벌린 아기새들은
기어이
꽃이다.

#.
요즘들어
사진을 찍으면 자주 초점이 흐려진다.

#.
내 눈도 흐리고
세상도 흐리고,

#.
신새벽 뜡국 사극에 빠져 며칠째
선잠 깨어 한 시간 반쯤을 티비에 헌납하고 나면
한낮에도
비몽과 사몽의 경계를 넘나드는 증세,

#.
밥 먹다가도 졸리고
일 하다가도 졸리고
잠 자다가도 졸리고,

#.
산 아래 고사리 밭에 이르는 길이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지경이 되었으므로
굴삭기를 동원하여 하루종일 작업 중,

#.
치솟은 풀과
누운 나무들을 치워
무관심 속에 무너진 세월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일,

#.
농사 일도 만만치 않거늘
가외의 일들이 또 태산이니
나 죽으면
열 번을 백 번을 확인해 봐도
사인은 골병일게 뻔한 일,

#.
내 생애 저문 날까지
덩치 큰 뒷산 늑골을 호비작거리는 일로
해가 뜨고
별이 빛나고,

#.
아주 오랜
블로그 동무님이 다녀 가셨다.
그니도 나도
몸뗑이에 질긴 병고 하나를 매달고
그저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것,

#.
그리하여 오늘은 기어이
징허고도
장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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