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척후화(花)

햇꿈둥지 2021. 4. 1. 04:57

 

 

#.

여전히

바람 모서리가 날카로운 산골

늦은 낮부터 시작한 비가 밤새 오시더니

 

#.

그 비 속에

예쁜 꽃 한송이 벙글었다

 

#.

장차

이 산골 뜨락에도

꽃 피울 수 있는지를 염탐하러 온

척후화로 피어

추운 빗 속 이거니 향기 그윽 했으므로

이제 황량했던 산속에도 봄이 당도하였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야겠다

 

#.

이런 바쁜 중에

황사였다.

앞산과 또 앞산과 온갖 산들이

수묵화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

산속을 어지렁 거리는 멧돼지 한 마리 불러

숲 속 같은 눈동자를 가만히 마주 보고 싶다.

 

#.

진입로에 걸쳐 있는 작은 다리를 넓히고 포장하는 일은

때 맞추어 시작한 레미콘 파업으로

더불어 휴면 중,

 

#.

콘크리트 대신

지지와 부진만 탄탄하게

굳어지고 있어서

 

#.

작업 공간의 필요로 파헤쳐진 아랫집 할아버지의 밭과

그리고

그 길을 통행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사람들과

온통의 짐을 손으로 들어 날라야 하는 사람들

모두 모두

30만 헥토파스칼 정도의 저기압 형성 중,

 

#.

내 고장 4월은

봄처녀가 늙어가는 계절,

 

#.

살짝 

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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