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소토골 일기

일기 예감

햇꿈둥지 2021. 3. 20. 07:40

 

 

 

#.

콧구멍 미어터지게 할 만큼의 황사가 몰려올 거라고 하여

미리미리 새색시 신혼 이불처럼 두터운 마스크를 준비했는데

하늘은 어찌하여 푸르고 청명 했으므로

봄볕 아래 아이 손잡고

아이스크림 하나씩 때리자던 계획은 

말짱 황이 되었다.

 

#.

예보 상에는

셀로판지처럼 맑은 햇볕이

낭창하게 늘어지는 맑은 날이 될 것 이라고 하여

한오백년 만에 운동화 빨아 널었더니

밤새 비가 왔다.

 

#.

그리하여 이제부터

이 나이 되도록 쌓은 내공을 존중하여

일기 예보 대신

일기 예감을 믿기로 하였다

 

#.

말하자면

무르팍에 쥐가 기어 다니는 것 같거나

허리에 맷돌이 매달린 것 같은 날

약간 미치미치 한 뉘기가 갑자기 알 수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한 날 빼고는

 

#.

티브이에 아무리 예쁜 아나운서가

아무리 예쁜 옷을 입고 나와

비가 온다고

진짜로 진짜로 비가 온다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

 

#.

아이 생일 선물로 무얼 받았으면 좋겠는지

세가지만 적어보라... 고 했더니

1. 핸드폰

2. 또 핸드폰

3. 또또 핸드폰,

 

#.

구들 고치는 일이 어느 정도 진전되어

어제는 

구들돌 까는 일을 마무리하였다.

 

#.

낡은 구들돌 위에 동그랗게 몸 뉘어

곤비했던 하루를 덜어내시던

어머니의 아랫목 돌 조차 넣었으니

그 위에 누워 잠들면

밤마다 꿈마다

어머니 뵐 수 있으려는지,

 

#.

구들 아랫목에 사각의 홈을 마련하고

그 위에 여닫이 뚜껑을 덮은 뒤

사각의 더운 공간 속에 

솔방울 이거나

쑥 이거나

이런저런 약초들을 넣어 훈증해 보리라는

획기적이며 창의적으로 정신 나간 시도,

 

#.

씨감자가 나왔다.

 

#.

닥치고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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