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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에 봄날이 흐느적거리기 시작했으므로
어쨌든 구들방을 고쳐 볼 요량으로
구들 전문가인 구들쟁이를 찾았으나
구들 놓는 일 때려치우고 어디 오리를 키우러 갔는지
사나흘을 찾아 헤매어도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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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은 이미
함실아궁이는 물론 구들조차 매우 기이해하는
개량된 사람들로 교체를 마친데다가
구들 일을 묻고 맡길 이들은 이미 도솔천을 건너가신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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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선택지 하나는
결국 셀프,
호기롭게 덤벼들어 뜯어보니
역시 구들은 과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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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석판 안에 갇혀 있던
일흔둘의 지살성과
서른여섯의 청강성 귀신들 쏟아져 나오듯이
껌댕이들이 산중 허공에 비산 하므로써
순식간에 내 몰골은
아궁이에서 기어 나온 극성맞은 강아지 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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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개폼이라도 지켜야 할 이 나이에
절대로 할 일이 아닌 것은 분명 하나
이미 벌여 놓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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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쁜 중에
진입로 다리를 새로 놓고 포장을 하는 일로
당분간 차량 통행이 불가하다는 화급한 전갈이 있어
씻을 새 없이 건재상엘 갔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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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듣는 일로 보다는
내 얼굴의 심오한 껌댕이에 관심을 보이며
즈이덜 끼리 실실실 웃고만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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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사리 판에 쌍둥이들이 들어섰다.
대번의 일갈,
왜 방바닥에 함정을 만들고 계시어요~
아흐~
통시성 부재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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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가 막힌 건
저 아랫녘 무등의 나라에서 벌어진
창을 하는 대회에 나가 상을 탔으므로
상금 한 귀퉁이를 뚝 떼어
그 고을 장인이 만들었다는
붓 두 자루를 사들고 왔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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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만 동이 아침 이슬로
백만 개의 벼루가 닳아지도록 먹을 갈아
쓰고 또 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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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은 아직
꽃 한 송이 피우지 못한 채
창 밖에서 펄럭이고 있는데
괜스레 동동거리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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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레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