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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준비 삼아
갑골문 낙서 한 줄을 그려가는 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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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마리 개쉐이덜의 환호 속에
아랫집 할머이께서
홀연히 올라오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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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노미 자기 집 앞에
못 쓰는 의자와 책상을 버리고 갔는데
버리고 간 차가 우리 집 도라꾸와 같은 색 이므로
이 집에서 버리고 간 것이 맞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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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분히 연역적 꾸중을 늘어 놓으신 후에
빨리
도로 싣고 가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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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봄이 오기도 전에
이건 또 무슨
황사에
미세먼지에
코로나 곱빼기 같은 상황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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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말을 들어 본 즉,
누군가 버리고 간 건 맞는데
차가 흰색 차였는지
흰색 도라꾸만 보면 모조리 그노미 그노미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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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조짐으로 느낀다.
환갑 지난 아들의
그럴 리가 있겠느냐는 강한 부정 속에
현실 외면의 억지 효심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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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물 딱지 도라꾸의 외관을
귀신 잡는 해병의 얼룩무늬로 바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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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한 후
조심조심 깃발을 세웠던 만신 집에선
괭괭괭괭 징소리 대신
컹컹컹컹 개 짖은 소리만 요란하고
드나드는 이가 현저히 적어 보이니
연식 따라 신빨도 소멸하는 것 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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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빨을 되살리기 위한
업그레이드 굿 같은 건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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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들방 손질을 위해
뒷산 황토를 열 번쯤 져 내리는데
이마와 등줄기에 흐르는 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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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봄 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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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되어
연두 새순 돋거든
볼때기 미어터지도록
삶아 먹고
무쳐 먹고
생으로 먹고
먹고 또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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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골에서
봄이 몽땅 소진 될 때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