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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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에도 봄소식,

햇꿈둥지 2021. 3. 9. 04:21

 

 

#.

봄 준비 삼아

갑골문 낙서 한 줄을 그려가는 참인데

 

#.

세 마리 개쉐이덜의 환호 속에

아랫집 할머이께서

홀연히 올라오시더니

 

#.

어떤노미 자기 집 앞에

못 쓰는 의자와 책상을 버리고 갔는데

버리고 간 차가 우리 집 도라꾸와 같은 색 이므로

이 집에서 버리고 간 것이 맞다고

 

#.

다분히 연역적 꾸중을 늘어 놓으신 후에

빨리

도로 싣고 가라는 것이었다.

 

#.

기다리던 봄이 오기도 전에

이건 또 무슨 

황사에

미세먼지에

코로나 곱빼기 같은 상황인지

 

#.

다른 이의 말을 들어 본 즉,

누군가 버리고 간 건 맞는데

차가 흰색 차였는지

흰색 도라꾸만 보면 모조리 그노미 그노미라는 거였다.

 

#.

치매의 조짐으로 느낀다.

환갑 지난 아들의 

그럴 리가 있겠느냐는 강한 부정 속에

현실 외면의 억지 효심을 읽는다.

 

#.

내 고물 딱지 도라꾸의 외관을

귀신 잡는 해병의 얼룩무늬로 바꿔야겠다.

 

#.

이사한 후

조심조심 깃발을 세웠던 만신 집에선

괭괭괭괭 징소리 대신

컹컹컹컹 개 짖은 소리만 요란하고

드나드는 이가 현저히 적어 보이니

연식 따라 신빨도 소멸하는 것 인지,

 

#.

신빨을 되살리기 위한

업그레이드 굿 같은 건 없는 건가?

 

#.

구들방 손질을 위해

뒷산 황토를 열 번쯤 져 내리는데

이마와 등줄기에 흐르는 땀,

 

#.

과연

봄 이로다.

 

#.

봄 되어

연두 새순 돋거든

볼때기 미어터지도록

삶아 먹고

무쳐 먹고

생으로 먹고

먹고 또 먹어야겠다.

 

#.

이 산골에서

봄이 몽땅 소진 될 때 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