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2학년의 쬐끄만 기지배는
산골
공기가 맑아서 별이 많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
우리 눈이 맑아져서
별도 많이 보이는 거라고 했었다.
#.
그 아이
일찌감치 신부 되어
별 보다 더 예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므로
#.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투자된 돈은
별 보다 더 예쁜 현물로 변제되었다.
#.
못 갈 수는 있어도
안 갈 수는 없는 군대를
버틸 만큼 버티다가 갔던 아들 녀석은
늙다리 예비군이 되어 돌아온 날부터
영 영 홀로의 독신 선언을 했으므로
#.
제기럴!
우리 집은 이제 씨가 마르는구나
조상님 영전에 면목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
그게 어디 즤맘대로 되나?
낡은 총각 세월의 어느 끝날
비슷한 연식으로 낡아가던 암 콩깍지 하나가 눈에 씌워지는 통에
#.
눈에다 불을 켠 채
장가를 가 버림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말았다.
#.
두 아이 만난 곳이 교회라기에
"갈 곳 잃은 주님의 어린양 두 마리가
서로가 서로를 훔쳐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라고
하객들에게 인사했었다
#.
어찌 됐거나
두 아이는 다시 분얼하여
콩나물처럼 자라는 아들 하나를
봉의 알처럼 끌어안고 있어서
#.
마늘쪽 같은 뺨을 가졌던 아내와 더불어
둘을 얻은 뒤
다시 둘 더하기에 셋이 되었으므로
#.
눈 쌓인
어느 고요한 산골의 이틀이
뒤집어질 듯 소요롭고 번잡하였기에
우리는 마냥 진이 빠지고도 흡족하였다.
#.
L성을 가진 사람이 H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다시 Y성을 가진 사람이 L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 번성하니
각 각의 타성을 만나 이토록 번잡해진 세상이야 말로
남이 없는 한가족 세상,
#.
그런데도
사람의 세상 속에는
여전히 반목과 질시가 넘쳐나고
으르렁 싸움 소리가 그치질 않으니
#.
우리 모두
깊은 뿌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다독다독 사랑하며 살아야 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