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바람 풍경소리

풍경소리

1+1=9

햇꿈둥지 2021. 1. 13. 06:00

 

 

#.

중학교 2학년의 쬐끄만 기지배는

산골

공기가 맑아서 별이 많이 보이는 것이 아니라

 

#.

우리 눈이 맑아져서

별도 많이 보이는 거라고 했었다.

 

#.

그 아이

일찌감치 신부 되어

별 보다 더 예쁜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므로

 

#.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투자된 돈은

별 보다 더 예쁜 현물로 변제되었다.

 

#.

못 갈 수는 있어도

안 갈 수는 없는 군대를

버틸 만큼 버티다가 갔던 아들 녀석은

늙다리 예비군이 되어 돌아온 날부터

영 영 홀로의 독신 선언을 했으므로

 

#.

제기럴!

우리 집은 이제 씨가 마르는구나

조상님 영전에 면목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

그게 어디 즤맘대로 되나?

낡은 총각 세월의 어느 끝날

비슷한 연식으로 낡아가던 암 콩깍지 하나가 눈에 씌워지는 통에

 

#.

눈에다 불을 켠 채

장가를 가 버림으로써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말았다.

 

#.

두 아이 만난 곳이 교회라기에

"갈 곳 잃은 주님의 어린양 두 마리가

서로가 서로를 훔쳐내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라고

하객들에게 인사했었다

 

#.

어찌 됐거나

두 아이는 다시 분얼하여

콩나물처럼 자라는 아들 하나를

봉의 알처럼 끌어안고 있어서

 

#.

마늘쪽 같은 뺨을 가졌던 아내와 더불어

둘을 얻은 뒤

다시 둘 더하기에 셋이 되었으므로

 

#.

눈 쌓인

어느 고요한 산골의 이틀이

뒤집어질 듯 소요롭고 번잡하였기에

우리는 마냥 진이 빠지고도 흡족하였다.

 

#.

L성을 가진 사람이 H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고

다시 Y성을 가진 사람이 L성을 가진 사람을 만나 번성하니

각 각의 타성을 만나 이토록 번잡해진 세상이야 말로

남이 없는 한가족 세상,

 

#.

그런데도

사람의 세상 속에는

여전히 반목과 질시가 넘쳐나고

으르렁 싸움 소리가 그치질 않으니

 

#.

우리 모두

깊은 뿌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다독다독 사랑하며 살아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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